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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화학항암제를 맞은 날 밤, 저는 화장실 바닥에 그냥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 이런 건지, 소주 서너 병을 한 번에 들이킨 것 같다는 표현이 이렇게 딱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항암 부작용이 무섭다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내 몸으로 겪으니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 터널을 어떻게 견뎠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관리가 도움이 됐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왜 항암제는 이렇게 몸을 힘들게 할까
항암 치료를 앞두고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약이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세포독성 항암제(cytotoxic chemotherapy)란, 세포 분열을 억제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약이 암세포만 보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몸에서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 세포들, 예컨대 모낭 세포나 소화관 점막 세포, 골수 세포까지 함께 공격을 받습니다.
그게 바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속이 뒤집히고, 피가 잘 안 만들어지는 이유입니다.
항암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부작용이 어쩌면 필연이었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1940년대, 1차 세계대전에서 쓰였던 질소 머스타드(nitrogen mustard) 계열 화학 가스가 인체의 백혈구를 급격히 감소시킨다는 부검 결과에서 힌트를 얻어 항암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쉽게 말해 살상 무기를 치료제로 개량한 셈입니다.
거기서 파생된 것이 지금도 유방암 치료에 널리 쓰이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입니다.
시작 자체가 독(毒)이었으니, 부작용이 없기를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작용의 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부작용이 약하다고 약이 안 듣는 게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오심과 구토, 막막한 첫 번째 고비
항암 치료 중 가장 괴로웠던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오심(nausea)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오심이란 구역질이 올라오는 느낌, 즉 실제로 토하기 전의 불쾌한 울렁거림 상태를 뜻합니다.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으면 그 무게감만으로도 속이 뒤집혔습니다.
끝없이 울렁거리는 상태가 며칠씩 이어지는 경험은 그 어떤 말로도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처방받은 것은 맥페란(metoclopramide)이라는 일반적인 구역구토 억제제였습니다.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만, 항암 회차가 쌓이면서 이 약만으로는 부족한 시기가 왔습니다.
그때 보조치료한방병원에서 안내받은 방법이 무리하게 먹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극심한 오심 때는 속이 편해질 때까지 잠시 음식을 비워두고, 대신 병원에서 제공하는 수액으로 수분과 영양을 보충하는 방식을 병행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속을 달래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오심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면 탈수와 영양 불균형이 오고, 다음 항암 전 혈액검사 수치가 망가져 치료 일정 자체가 밀릴 수 있습니다.
항암이 딜레이되면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심 관리는 생각보다 훨씬 전략적인 일입니다.
집에서 도저히 조절이 안 된다면 본병원이 아니더라도 인근 연고지 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구내염(oral mucositis)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구내염이란 항암제로 인해 입속 점막 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염증 상태입니다.
물 한 모금도 삼키기 어려울 만큼 입안이 헐었던 날, 헥사메딘(hexamedine) 계열 가글을 쓰면서 겨우 버텼습니다.
점막이 자연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항암 탈모
탈모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항암 탈모가 어느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머리가 다 빠질 거라고 각오했는데, 저는 산후 백일쯤 산모들이 경험하는 수준 정도만 빠졌습니다.
다행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삭발까지는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항암 탈모는 생장기 탈모(anagen effluvium)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탈모처럼 모발이 수명을 다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자라고 있는 모발 자체가 항암제의 공격을 받아 뚝뚝 빠지는 방식입니다.
모발이 하루에 약 0.3mm씩 지속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세포독성 항암제의 표적이 됩니다. 보통 항암제 투여 후 2~3주 차부터 빠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은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일반적입니다.
치료가 끝난 지 3주쯤 되면 솜털 형태로 처음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의 모발이 정상 굵기로 자라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특히 호르몬 억제제를 병용하는 여성 환자의 경우, 갱년기 탈모가 항암 탈모와 겹쳐 회복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주치의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탈모 회복 과정에서 주의할 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탈모 영양제 (비오틴, 맥주 효모 등)는 암 환자의 경우 간 기능과 소화기 상태를 고려해 복용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한다.
-두피 염증이 있는 시기에는 자극이 강한 샴푸 사용을 피하고, 두피를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는 저자극 제품을 선택한다.
-지압이나 강한 두드림 등 과도한 두피 자극은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되므로 삼간다.
-탈모 냉각 모자(cooling cap)는 두피로 가는 혈류를 줄여 항암제 노출을 낮추는 방식으로, 일부 기관에서는 적극 권장하고 있으므로 해당 여부를 본병원에 문의한다.
골수기능억제, 조용하지만 가장 위험한 부작용
오심이나 탈모는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지만, 제가 가장 무서웠던 부작용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항암 중에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골수기능억제(bone marrow suppression)란 항암제가 골수의 조혈 기능을 저하시켜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 생성이 줄어드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호중구(neutrophil) 감소입니다.
호중구란 세균 감염을 막는 핵심 면역 세포로, 이 수치가 떨어지면 평소엔 별것 아닌 감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 중 열이 38도 이상 오르면, 단순 감기가 아닐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ebrile neutropenia)이라고 하며,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도 항암도중 열이 40도까지 올랐는데,처음에는 단순감기인줄알고 해열제를 먹고 버티다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더니 항암중 고열은 본병원가서 진료받기를 권장해서 다시 본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수혈을, 혈소판이 감소하면 혈소판 수혈을, 백혈구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내려가면 G-CSF 촉진 주사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 방식입니다.
이 모든 수치는 다음 항암 전 혈액검사에서 확인되기 때문에, 항암 주기 사이에도 몸 상태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립암센터에서도 항암 치료 중 면역 저하 상태의 감염 관리를 핵심 과제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초신경병증이란 손끝이나 발끝의 감각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증상으로,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계열 항암제를 쓸 때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작용은 딱 떨어지는 특효약이 없습니다.
증상이 너무 심할 때는 항암제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 결정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해야 합니다.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항암 치료 전반의 부작용 관리 지침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KSMO)에서도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부작용이 심하면 약이 잘 듣고 있다는 뜻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의 강도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부작용이 거의 없어도 항암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부작용이 심하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더 좋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부작용은 없을수록 좋은 것이며, 효과와 연결 지어 해석하지 않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항암 탈모는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라나나요?
A. 대부분의 경우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모발이 회복됩니다.
다만 처음에는 솜털 형태로 시작해 점차 굵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호르몬 억제제를 함께 복용 중이거나 모낭 손상이 심한 경우 회복이 더 걸릴 수 있으므로, 회복이 더디게 느껴진다면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항암 중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항암 치료 중 38도 이상 열이 오르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호중구 수치 저하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고, 기다리지 말고 즉시 본병원 응급실 또는 인근 응급 의료기관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Q. 오심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억지로 먹으려 하기보다 속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비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때 수분과 영양 보충이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집에서 혼자 버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인근 연고지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으면서 구역구토 억제제를 병용하는 방식을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Q. 보조치료 병원 병행 치료가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제 경험상 도움이 됐습니다. 본병원에서 항암제를 맞고 돌아온 뒤, 보조치료병원에서 맞춤 식단 관리와 부작용 완화 치료를 병행한 것이 체력 유지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어떤 치료를 병행하든 본병원 주치의에게 반드시 먼저 알리고 상의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을 완전히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왜 생기는지 알고,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기준을 갖고 있다면,
같은 고통도 훨씬 덜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돌아보면 저도 그 기준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조금 더 빨리 그 기준을 세울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의미가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구해줘암선생 및 위드힘 암선생, KSMO TV_그암이 알고 싶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국립암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