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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가 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사망 위험이 37% 낮아졌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발목 하나 들어 올리기도 버거웠던 저로서는, 운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까요.
몸이 무너지는 것과 싸우는 일 — [악액질 ]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몸은 거짓말처럼 무거워졌습니다.
계단 하나를 올라가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숟가락을 들 기운조차 없어 하루 대부분을 누워 보냈습니다.
그러다 병원 검사에서 근감소증(sarcopenia) 판정을 받았습니다.
근감소증이란 근육량과 근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상태를 말하는데, 암 환자에게는 특히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몸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구나"라는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습니다.
그때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개념이 악액질(cachexia)이었습니다.
악액질이란 단순히 밥을 못 먹어 살이 빠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암이 만들어내는 염증 반응 때문에 근육과 지방이 강제로 소모되는 상태로, 영양을 아무리 공급해도 스스로 회복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투병 당시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던 것도,
바로 이 악액질이 진행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암 환자 절반 이상이 이 상태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악액질의 주요 증상은 빠른 체중 감소, 근육 소모와 전신 쇠약, 식욕 저하, 그리고 극심한 피로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율과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체중과 근육량이 유지되는 환자일수록 항암제 내성 위험이 낮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더 높게 나타납니다.
제가 겪어보니 이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근육이 버텨주지 않으면, 치료 자체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37% 사망 위험 감소 — [ECOG 지표가 알려주는 것]
운동이 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캐나다 암 임상시험 그룹이 주관한 CHALLENGE 연구입니다.
수술 후 보조 항암까지 마친 고위험 2기·3기 결장암 환자 88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평균 7.9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한 그룹은 운동 전문가가 붙어 3년간 목표 설정, 주기적 상담, 운동량 점검까지 진행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받았고, 나머지 그룹은 건강 교육 자료만 받았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5년 무병생존율: 운동 그룹 80.3% vs 비운동 그룹 73.9% (차이 6.4%p)
-8년 전체생존율: 운동 그룹 90.3% vs 비운동 그룹 83.2% (차이 7.1%p)
-재발 위험: 운동 그룹이 28% 낮음
-사망 위험: 운동 그룹이 37% 낮음
이 수치가 임상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암 치료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7.1%p 차이를 그냥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그게 생사의 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개념이 ECOG 수행 상태 지표(ECOG Performance Status)입니다.
미국 동부종양임상연구협력그룹이 만든 활동도 지표로, 환자가 일상생활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0에서 5까지 숫자로 나타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활동량이 많은 상태이고, 높을수록 침대에 묶여 있는 시간이 깁니다.
이 지표는 항암 치료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하는 데 실제로 사용됩니다.
ECOG 0~2까지는 적극적인 항암을 고려할 수 있지만, 3부터는 치료를 견딜 신체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지표가 단순한 숫자 이상이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걸을 힘이 없으면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운동은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치료 기회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국립암정보센터에서도 암 환자의 신체 활동 유지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 안내하고 있습니다.

3분부터 시작하는 운동 — [실전에서 통한 방법]
가장 큰 비결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술 후 굳어버린 몸으로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겨우 이 작은 움직임 하나가 운동이 될까" 하는 허탈함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예전엔 너무나 당연하게 해내던 동작들이 까마득한 산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래도 계속했습니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만 3분, 5분씩 짧게 나눠서 움직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암 예방을 위한 운동 강도를 이야기할 때는 30분 이상, 숨이 턱에 찰 정도의 강도를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암을 예방하는 싸움과 암과 함께 살아가는 싸움은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치료 중에는 살을 빼는 것보다 근육을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도 치료 중인 성인 암 환자에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저항 운동(resistance exercise)을 권고합니다.
저항 운동이란 근육에 외부 저항을 가해 근력을 키우는 운동으로, 고무 밴드 당기기나 의자 잡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실제로 해보면서 효과를 느낀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걷기는 10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한 번에 30분이 힘들면 10분씩 세 번으로 나눠도 됩니다.
식사 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것도 좋습니다.
강도는 복잡하게 계산하지 말고, 살짝 땀이 맺히고 옆 사람과 말은 되지만 노래 부르기는 벅찬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운동 직후에는 반드시 단백질을 챙겼습니다.
두부, 계란, 삶은 살코기 같은 음식을 "약이라 생각하고" 먹었는데, 그 단백질이 운동 덕분에 실제 근육이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 다음과 같은 신호가 오면 즉시 멈추고 의료진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새로 생긴 심한 뼈 통증, 갑자기 다리 힘이 빠지거나 걷기 어려워지는 느낌,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거나 38도 이상의 열이 나는 경우, 멎지 않는 출혈,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럼증이 그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참고 버티는 종류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치료 중에도 운동을 해도 되나요?
A. 치료 중이라도 신체 상태가 허락한다면 가벼운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치료 중인 암 환자에게 유산소 운동과 저항 운동을 공식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운동을 어느 강도로 할지는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악액질이 생기면 운동을 해도 근육이 생기지 않나요?
A. 악액질 상태에서는 근육 회복이 정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 손실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움직임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단백 식단과 가벼운 저항 운동을 병행하면 손실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걷지도 못할 정도로 힘든데 어떻게 운동하나요?
A. 이런 상태라면 침대에 누워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 아침에 햇빛을 10분 받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목표는 오늘 몇 분을 걷느냐가 아니라, 어제보다 침대 밖에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입니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몸에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ECOG 지표가 3이면 운동을 아예 못 하나요?
A. ECOG 3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침대나 의자에서 보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격렬한 운동은 어렵지만, 앉아서 할 수 있는 가벼운 움직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강도와 방법은 반드시 의료진과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Q. 가족이 옆에서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요?
A. 모든 걸 대신 해주는 것이 오히려 근육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운동을 억지로 시키는 것도 금물입니다.마음이 편해야 몸이 움직여지는 법이어서, 환자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도움입니다.
몇 달 뒤 다시 찾은 병원에서 근육량 수치가 정상 범주로 회복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일상을
다시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거대한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늘 의자에서 한 번 더 일어서는 것, 그 작은 움직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지금 움직이기가 너무 힘든 분이라면, 딱 3분만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운동 시작 전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유튜브 암007:아미랑 김선만 유튜브 포레스트병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국립암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