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의 대상포진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습니다.
저도 치료를 마친 뒤 '주사 한 대가 뭐 대수겠어'라는 생각으로 3년 내리 독감 예방접종을 건너뛰었다가, 3년 연속 독감으로 온몸이 망가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면역이 약해진 몸에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는 것을.

*독감백신, 암 환자라서 더 맞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항암 치료를 끝내고 나서 몸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이 겁났습니다.
심지어 예방주사 하나조차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마스크와 손 씻기로 버티는 것이었는데, 그 선택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첫 번째 겨울이 되자마자 드러났습니다.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입니다.
여기서 인플루엔자란 단순 감기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로, 고열·근육통·폐렴까지 이어지는 중증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이 정도인데, 항암 치료로 호중구(Neutrophil)가 감소한 상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호중구란 우리 몸의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가장 먼저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이 호중구가 바닥을 치는 시기에 독감이 찾아오면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백신을 맞지 않고 맞이한 첫 겨울은 정말 혹독했습니다.
고열과 오한이 동시에 오는데, 그 느낌이 항암 치료 당시의 고통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한 번 운이 나빴겠지'라며 이듬해에도 접종을 피했고, 결국 3년을 꼬박 같은 실수로 같은 고통을 반복했습니다.
독감 백신은 사백신(Inactivated vaccine)입니다.
쉽게 말해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쓰지 않고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성분만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면역이 약한 암 환자라도 접종 자체로 독감에 걸릴 위험은 없습니다.
대한감염학회도 암 환자와 면역 저하자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3주 간격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 치료 후 약 10~14일은 호중구 감소증 시기입니다.
이 구간에는 접종을 피하고, 3주 차에 접어들어 호중구 수치가 회복되는 시점, 즉 다음 항암 주기가 시작되기 3~4일 전쯤이 접종하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표적 치료제나 항호르몬제를 사용 중인 경우에는 호중구 감소 자체가 덜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을 때 아무 때나 맞으셔도 무방합니다.

-독감 백신은 사백신 — 암 환자도 안전하게 접종 가능
-항암 치료 3주 주기 기준, 호중구 감소기(10~14일차)는 접종 피할 것
-표적 치료제·항호르몬제 복용 중이라면 컨디션 좋을 때 접종 가능
-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같이 사는 가족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중요
-접종이 독감을 100% 막아주진 않지만,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
요약:
면역이 약해진 암 환자일수록 독감 백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사백신이므로 안전하게 맞을 수 있고 호중구 감소 시기만 피하면 된다.
*대상포진과 싱그릭스, 항암 중에도 맞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솔직히 이건 저도 치료받을 당시엔 전혀 몰랐던 이야기입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생백신이라 암 환자는 맞으면 안 된다는 말만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2022년부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재조합 사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가 도입되면서 항암 치료 중인 환자도 접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이 왜 항암 치료 중에 잘 생기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그 발생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대상포진은 새로운 감염이 아닙니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서 우리 몸속 척수나 신경절(Ganglion)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순간 다시 깨어나는 것입니다.
신경절이란 척수 주변에 위치한 신경세포 집합체로,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면역 감시를 피해 숨어 있는 장소입니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골수 세포를 공격하면서 후천 면역의 핵심인 T세포(T lymphocyte)를 대폭 감소시킵니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T세포가 무너지는 순간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일제히 신경을 타고 피부로 올라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피부 발진 문제가 아닙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Post-Herpetic Neuralgia)이 생기면 타는 듯한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 중 약 15%에서 이 신경통이 만성화되는데, 60세 이상에서는 절반 가까이가 겪습니다.
거기에 항암 치료까지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치료 전체 일정이 밀릴 수 있으니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싱그릭스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항원만 사용하는 재조합 백신입니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없으니 면역이 약한 환자에게도 안전합니다.
효능 면에서도 70세 이상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이고,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87.2%로 나타났습니다
2회 접종이 필요하고 비용이 두 번 합산하면 50만 원 이상 들지만, 10년 이상 예방 효과가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투자가 아닙니다.
접종 시기는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요?
가능하다면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최소 2주 전에 2회 접종을 마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치료가 이미 시작됐다면 호중구 감소 시기를 피해서 다음 항암 주기 직전에 맞는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치료 종료 후에는 3개월이 지나면 접종 가능하고, 과거에 대상포진을 앓은 적 있는 분도 급성기 회복 후 6개월이 지나면 재발 방지를 위해 싱그릭스를 맞는 것이 권장됩니다.
대한감염학회는 50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싱그릭스를 우선 권고하며, 면역 저하자에게는 싱그릭스만을 유일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요약:
싱그릭스는 사백신이라 항암 치료 중에도 접종 가능하며, 대상포진과 후속 신경통 예방 효과 모두 90% 전후로 높아 암 환자에게 강력히 권장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치료 중에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A. 독감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쓰지 않는 사백신이기 때문에 항암 치료 중에도 접종이 가능합니다.
다만 항암 후 10~14일의 호중구 감소 시기만 피하면 됩니다.
오히려 면역이 약해진 상태일수록 중증 감염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독감 주사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릴 수 있나요?
A. 네, 100% 예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접종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면 예방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특히 독감이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지는 중증 경과를 막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맞아도 걸렸으니 소용없다"는 논리는 예방접종의 원리 자체를 오해한 것입니다.
Q. 싱그릭스는 생백신 대상포진 접종을 이미 맞은 사람도 다시 맞아야 하나요?
A. 과거에 생백신으로 대상포진 접종을 한 경우라도 싱그릭스 접종이 권장됩니다.
생백신 접종 후 최소 8주가 지난 뒤부터 싱그릭스 1차 접종을 시작할 수 있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예방 효과와 지속 기간 모두 싱그릭스가 우월합니다.
Q. 대상포진에 한 번 걸렸던 암 환자도 또 걸릴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일반인은 한 번 앓고 나면 재발이 드물지만, 항암 치료로 면역이 반복적으로 저하되는 암 환자는 재감염 사례가 실제로 보고됩니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을 앓은 후 급성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시점에서 6개월 이상 지나면 싱그릭스 접종을 통해 재발을 예방하도록 권고합니다.
Q. 암 환자는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안 생기지 않나요?
A. 면역 저하 상태이면 항체 형성 능력이 정상인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방어만으로도 중증 감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현저히 줄였다는 임상 데이터가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효과가 완전하지 않더라도 부분적 예방 효과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접종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
3년간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면, 그때 제 판단은 지혜로운 건강 관리가 아니라 암이라는 큰 병을 겪은 뒤 생긴 막연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오만이었습니다.
미세한 주사 부작용은 걱정하면서 독감이나 대상포진이 가져올 치명적인 위험은 온전히 외면했던 것이죠.
항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앞두고 있다면, 독감·폐렴구균·대상포진, 이 세 가지 백신은 반드시 챙기시길 권합니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은 싱그릭스(사백신)로 맞아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고, 생백신은 절대 금지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담당 주치의와 접종 시기를 상의해서 항암 주기에 맞게 계획을 잡아두는 것이 제가 찾아낸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출처: 대한감염학회, 미국 CDC 대상포진 백신 정보,암정복티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