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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고 나면 주변에서 영양제 선물이 쏟아집니다. 
저도 설암 치료 중 다단계 업체의 권유에 수백만 원짜리 영양제 꾸러미를 구매했고, 해독이라고 하면서 일주일 내내 밥 한 술도 못 먹으며 영양제만 삼켰습니다. 
그 경험이 치료에 도움이 됐느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몸을 더 망가뜨렸습니다. 
암 환자에게 영양제는 '많을수록 좋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항암 중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영양제

항암 치료를 받는 분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영양제는 어차피 몸에 좋은 거니까, 천연 성분이라면 더더욱 해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 중 하나가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즉 활성산소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고용량 비타민C나 글루타치온 같은 항산화제(Antioxidant)는 이 산화 작용을 막아버립니다. 
항산화제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성분으로, 일반인에게는 노화 방지에 유익하지만 항암 치료 중에는 오히려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글루타치온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정상세포보다 세 배에서 열 배까지 글루타치온 농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외부에서 글루타치온을 추가로 보충하면 암세포의 방어막이 더 두꺼워져, 결과적으로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콜라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양 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이란 암세포 주변의 생물학적 환경을 뜻하는데, 콜라겐 섬유가 이 TME에 영향을 미쳐 암세포의 전이 속도를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있습니다.

항암 중 주의해야 할 영양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용량 비타민C, 베타카로틴, 고함량 셀레늄: 항산화 작용이 항암제 효과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글루타치온(경구 및 정맥 요법): 암세포의 방어막을 강화해 항암 내성을 높일 우려가 있습니다.
-콜라겐: TME를 악화시켜 면역세포의 암세포 접근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강황 커큐민 농축제, 녹차 추출물, 은행잎, 홍삼: 한 가지 성분이 극도로 농축된 제품은 항암제와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분제(자의적 복용):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두 배에서 열 배 더 많은 철분을 흡수합니다. 

철분이 과다하면 암세포 증식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철분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페리틴(Ferritin) 수치, 즉 체내 철분 저장량을 나타내는 혈액 지표가 30 이하로 떨어졌거나, 수술 후 헤모글로빈이 심각하게 낮아진 경우라면 반드시 의사 감독 하에 보충해야 합니다. 
제가 그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의사에게 묻지 않고, 주변 권유만 믿고 먹었다는 것.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필수 영양제


먹지 말라는 얘기만 하다 보면 정작 꼭 챙겨야 할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항암 치료 종류에 따라 반드시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치료 효과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알림타(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세드)는 폐암과 흉막중피종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로, 이 약을 투여할 때는 엽산(Folate)과 비타민B12를 반드시 함께 보충해야 합니다. 
엽산이란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으로, 보충 없이 알림타를 맞으면 골수 억제나 점막염 같은 독성 부작용이 크게 증가합니다. 
비타민B12는 보통 3개월마다 주사로 보충합니다. 
이 두 가지는 담당 의사가 먼저 처방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호르몬 치료(Hormonal Therapy), 즉 체내 호르몬 활동을 억제해 암세포 성장을 막는 치료를 받는 유방암·전립선암 환자라면 비타민D와 칼슘이 필수입니다. 
에스트로겐이나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면 뼈의 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골감소증(Osteopenia)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골감소증이란 뼈의 칼슘 밀도가 정상보다 낮아지는 상태로, 방치하면 골다공증으로 악화됩니다. 
특히 폐경 후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 중인 분이라면 지금 당장 비타민D와 칼슘을 챙기고 계신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위절제술을 받았거나 만성 위염이 있는 분이라면 비타민B12와 철분 흡수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 경우 경구 보충보다는 주사 요법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구토가 극심하거나 거의 식사를 못 하는 분들은 비타민B1(티아민, Thiamine) 결핍을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티아민이란 탄수화물 대사에 필수적인 수용성 비타민으로, 심각하게 부족하면 베르니케 뇌병증(Wernicke Encephalopathy)이라는 신경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걸음걸이 이상, 눈 움직임 장애, 의식 혼탁이 그 증상입니다.

 

천연 영양제의 진실

천연이라는 말이 붙으면 왠지 더 안전하고 효과도 좋을 것 같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함정에 빠진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는 이런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실질적으로 진짜 천연 영양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입니다    출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천연 성분이 10%만 들어가도 '천연'이라는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구매하는 영양제의 대부분은 합성 성분에 천연물 추출물을 일부 혼합한 제품입니다. 
합성 비타민C 1000mg짜리 알약 하나를 순수 천연으로 만들려면 감귤이 2kg 필요합니다. 
당연히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합성 영양제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합성 영양제는 지방층에 축적돼 몇 달씩 잘 배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천연물에서 온 비타민은 과잉 섭취 시 체외로 배출이 더 쉽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암 환자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제품을 골라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미국농무부 유기농 인증(USDA Organic)을 받은 제품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마크가 붙은 제품은 전체 구성물의 95% 이상이 유기농이고, 최근 3년간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은 재료로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허브(iHerb) 같은 해외 건강식품 플랫폼에서 'USDA Organic' 키워드로 검색하면 성분표에 감귤, 딸기, 블랙베리 같은 식물 이름만 나열된 제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합성 영양제와 비교해 함량은 낮을 수 있지만 복용량을 조금 늘리는 방식으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토양 영양 고갈 문제도 감안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듯, 1914년에 사과 두 개로 채울 수 있던 철분 양을 1990년대에는 사과 13개를 먹어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채식 위주로 먹어도 충분한 영양소를 식사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양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를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절박한 마음을 노리는 상술의 민낯
저는 설암 치료를 받던 시기에 다단계 판매업체로부터 집중적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꼭 나을 수 있다"는 말은 지쳐 있던 마음에 달콤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결국 수백만 원짜리 영양제와 이른바 디톡스 프로그램을 구매했고, 일주일 동안 밥 한 술도 못 먹은 채 영양제만 먹는 금식 해독 프로그램을 따랐습니다. 
이미 항암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는데, 그 무리한 금식이 치료에 도움이 됐느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몸의 회복을 더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암이라는 공포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환자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상술이었습니다. 
이런 행태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겁니다. 검증되지 않은 디톡스 프로그램이나 극단적인 금식 요법은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약해진 면역 체계를 더 위험에 빠뜨립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환자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미검증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기능식품 허위·과대 광고 신고 채널을 운영 중이지만,실질적인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양제는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의 보조 수단일 뿐이고, 그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함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치료 중에 종합 비타민(멀티비타민)은 먹어도 되나요?
A. 종합 비타민은 한 가지 성분이 극도로 농축되지 않고 여러 성분이 적정 용량으로 배합된 제품이어서, 대부분의 경우 항암 치료 중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만 개인의 치료 종류나 현재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에게 한 번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Q. 비타민D는 암 환자에게 무조건 필요한가요?
A.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유방암·전립선암 환자라면 골밀도 손실 예방을 위해 비타민D와 칼슘 보충이 강력히 권장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암 환자의 혈중 비타민D 농도는 정상인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아, 건강 검진 시 수치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중 농도 50ng/mL 정도가 이상적인 수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철분 수치가 걱정되는데, 암 환자도 철분제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나요?
A. 철분제는 반드시 혈액 검사 후 의사의 판단 아래 복용해야 합니다. 
페리틴 수치가 30 이하로 낮거나 수술 후 심각한 빈혈이 있다면 보충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먹으면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환자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Q. 글루타치온 주사를 항암 후 피부 회복 목적으로 맞아도 되나요?
A. 항암제 투여가 완전히 끝난 후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항암제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려면 일반적으로 최소 3일 이상이 필요합니다. 
항암 중이거나 방사선 치료 중에는 사용을 자제하고, 치료 완료 이후 복용을 고려할 경우에도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천연 성분이라고 표기된 영양제는 믿어도 되나요?
A. 천연 성분이 10%만 포함되어 있어도 '천연'이라는 표기가 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완전한 천연 영양제는 사실상 구하기 어렵고, 대부분은 합성 성분에 천연물 추출물을 일부 혼합한 형태입니다.
 USDA Organic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이 그나마 천연에 가장 가까운 기준을 충족한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암 환자에게 영양제는 '많이 먹으면 좋다'가 아닙니다.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가 치료 효과와 직결됩니다. 
제 경험이 지금 항암 중이거나 치료를 앞두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주변의 선물이나 권유보다 먼저, 담당 의사에게 한 마디만 물어보세요. 
그 한 마디가 수백만 원짜리 실수보다 훨씬 값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 중 영양제 복용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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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유튜브 암정복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