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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고 나면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밥상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탄수화물은 암세포의 먹이'라는 말에 밥을 끊고, 녹즙과 오가피 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일주일 만에 3kg이 빠졌고,
항암 치료 전 혈액 검사에서 의사 선생님께 "지금 싸우기도 전에 기력이 다 빠졌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믿음이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채식만 고집하면 정말 위험한 이유*
암 환자분들 중에 "고기를 먹으면 암이 재발할 것 같아서"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봅니다.
저도 그 마음을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불안이 결국 더 큰 위협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채식 위주 식단을 장기간 유지하면 3대 영양소, 즉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여기서 3대 영양소란 칼로리를 공급하는 영양소로,
우리 몸이 체중을 유지하고 근육을 만드는 데 직접 쓰이는 재료입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달리 이것들이 부족하면 몸무게와 근육이 함께 빠집니다.
세브란스 암센터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암 환자 4,000명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근육량(lean body mass)과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함께 감소한 환자군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높게 치솟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어떤 항암 치료를 받았든, 어떤 수술을 받았든, 식단이 아무리 좋아도 체중과 근육이 함께 줄면 예후가 나빠지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데이터를 처음 접했을 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그 패턴을 정확히 따르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삼중 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환자처럼 표적 치료나 항호르몬제 복용 없이 지내는 분들의 경우, 혈중 단백질 수치가 5점대까지 떨어지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혈중 단백질(serum protein)이란 혈액 속에 녹아 있는 단백질의 농도로, 정상 범위는 보통 7g/dL 이상입니다.
6점대도 아닌 5점대라면 피부 트러블, 만성 피로, 의욕 저하가 나타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세포들이 일할 원료가 없는데 몸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는 것입니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3대 영양소)은 칼로리를 지닌 영양소로, 체중과 근육을 유지하는 데 직접 필요합니다
-채식 위주 식단은 비타민·미네랄은 충분할 수 있지만 3대 영양소 섭취량은 현저히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세브란스 암센터 4,000명 추적 연구에서 근육량과 BMI가 동시에 감소한 환자의 사망 위험이 가장 높았습니다
-혈중 단백질 수치가 5점대로 낮아지면 피부 트러블, 만성 피로,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채식 위주 식단은 3대 영양소 결핍을 유발하고, 근육량·체중 동반 감소는 암 환자 사망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입니다.
*근육량과 영양관리, 어떻게 점검해야 할까*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식단이 괜찮은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걸 너무 늦게 알았는데, 사실 체크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세 가지만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첫 번째는 혈중 단백질 수치로, 일반 혈액 검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체중입니다.
체중계에 올라서면 되는 일이지만, 투병 중에는 의외로 이걸 회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근육량(skeletal muscle mass)입니다.
여기서 근육량이란 체내 골격근의 총량을 의미하며, 인바디(체성분 분석기)를 통해 측정합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인바디 기기가 비치되어 있으므로 한 달에 한 번 측정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났다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특정 식이요법을 당분간 중단하고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5대 영양소란 3대 영양소(탄수화물·지방·단백질)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한 개념으로,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식단을 교정해서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면 그때 다시 원하는 식이요법을 재개해도 늦지 않습니다.
만약 채식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너무 강해서 탄수화물이나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면,
총비경구영양(TPN) 방식의 영양 수액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총비경구영양이란 음식을 입으로 먹지 않고도 탄수화물·단백질(아미노산)·지방·비타민·미네랄을 혈관으로 직접 공급하는 방법으로, 흔히 '우유 주사'라 불리는 수액이 이에 해당합니다
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식단 불안을 그냥 견디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는 채식 위주였지만 위암이 많았고, 1980~90년대 육류 섭취가 늘면서 위암은 줄고 대장암이 늘었습니다.
이는 식단이 암 발생 원인의 약 30~40%를 직접 차지한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어느 방향으로도 극단은 위험합니다.
극단적 채식으로 1주일에 3kg을 잃었던 저의 실수가 그 증거입니다.
혈중 단백질·체중·근육량(인바디) 세 가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수치가 낮으면 특정 식이요법을 잠시 멈추고 5대 영양소 균형 섭취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 환자가 고기를 먹으면 암이 재발하지 않나요?
A. 고기 자체가 재발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중과 근육량이 동반 감소할 때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살집과 근육이 있는 상태라면 식단 선택의 여지가 넓지만, 이미 체중이 많이 빠진 상태라면 단백질 보충이 우선입니다.
Q. 혈중 단백질 정상 수치가 얼마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혈청 총 단백질(serum total protein)의 정상 범위는 일반적으로 6.4~8.3g/dL입니다.
건강한 성인은 보통 7점대 중반에 위치합니다.
5점대는 많이 낮은 수준으로, 피로·피부 트러블·의욕 저하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의원에서 기본 혈액 검사로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Q. 인바디 검사는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특정 식이요법을 유지하고 있다면 최소 한 달에 한 번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내과·가정의학과·암센터에 인바디 기기가 비치되어 있어 비용 부담 없이 측정할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근육량 수치가 연속 두 달 이상 감소 추세라면 식단 조정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시점입니다.
Q. 고기를 먹기 너무 불안한데, 다른 방법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나요?
A. 두부·콩·달걀·생선 등으로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지만, 혈중 단백질이 이미 낮거나 체중 감소가 뚜렷하다면 경구 섭취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탄수화물·아미노산·지방을 혈관으로 공급하는 영양 수액(총비경구영양, TPN)을 의료진과 상의해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결론
암 판정 직후 제가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는 '좋다는 것만 먹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 결심이 오히려 치료받을 체력조차 빼앗아 갔습니다.
잘 먹어야 잘 싸울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특정 식이요법을 장기간 유지하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만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혈중 단백질 수치는 정상인지, 체중은 유지되고 있는지, 인바디상 근육량은 괜찮은지.
이 세 가지가 정상이라면 지금 식단을 이어가도 무방하지만, 하나라도 미달이라면 지금 당장 균형 잡힌 식사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채
식이든 간헐적 단식이든 그 이후의 일입니다.
출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암에 미친메디람, 국가암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