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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가 끝나면 이제 살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선항암과 수술, 방사선까지 마치고 나서 저를 기다린 건 독감, 코로나, 장염, 폐렴, 대상포진이었습니다.
암세포는 없애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몸은 사소한 감염 하나도 버텨내지 못할 만큼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 3년의 싸움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암 치료 후의 진짜 과제는 '면역 회복'이라는 것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 왜 몸은 더 무너질까
항암 치료를 마친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치료 전보다 오히려 더 자주 아프다는 느낌, 저도 처음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도 챙겼는데 왜 이렇게 잔병치레가 끊이질 않는 걸까 싶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흉선(Thymus), 다른 하나는 장(腸)입니다.
흉선이란 가슴뼈 뒤쪽에 자리한 작은 기관으로, T세포를 훈련시키는 곳입니다.
T세포란 우리 몸 안에서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직접 찾아가 제거하는 면역 전투 세포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 흉선이 지방 조직으로 퇴화하면서 T세포 생산 능력 자체가 줄어듭니다.
암이 중장년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마치고 나면 "감염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게 거의 전부였습니다.
면역이 왜 떨어졌는지,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습니다.
암세포를 제거하는 공격적 치료만큼이나, 파괴된 면역 체계를 재건하는 사후 통합 케어가 표준 치료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장내세균 다양성이 면역의 70%를 좌우합니다
흉선이 나이와 함께 퇴화한다면, 나머지 한 축인 장은 어떨까요?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장 면역이 전체 면역의 70% 이상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암 환자의 장은 어떤 상태일까요?
건강한 사람의 장에는 최대 4,000~5,000종의 장내 세균이 서식합니다.
그런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장내 세균 검사를 해보면 600종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Gut Microbiome Diversity)이란 장 안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다양성이 낮을수록 면역 훈련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장의 면역 훈련 원리는 이렇습니다.
소장 안에서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가 장내 세균을 T세포에게 소개합니다.
수지상 세포란 면역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안내자 세포로, "이 균은 친구다, 저 균은 적이다"를 T세포에게 가르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훈련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려면 다양한 종류의 장내 세균이 있어야 합니다.
장내 세균들이 좋아하는 먹이는 식이섬유입니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세균들이 오히려 장 점막을 먹기 시작하고, 점막에 구멍이 생기면서 면역계와 직접 충돌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장 누수 증후군으로 이어지고,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됩니다.
제가 치료 후 식단을 챙기면서 채소 종류를 늘린 게 결과적으로 올바른 방향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그때는 이 원리를 몰랐습니다.
장내 다양성을 높이려면 한두 가지 채소를 많이 먹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다양한 종류를 섭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50종 이상의 채소를 넣어 만든 야채 주스나, 300종 이상의 균주가 포함된 복합 유산균 제품이 실제로 장내 다양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 치료 효과와 장내 다양성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장내 다양성이 높은 환자군에서 면역 항암제 반응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는 나쁜 균만 골라서 죽이지 않습니다.
장내 좋은 균까지 모두 사멸시킵니다.
국내 연구에서 위암 환자가 면역 항암제 치료 전 항생제를 투여받았을 때 생존율이 55%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을 만큼, 항생제 사용은 암 환자에게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항생제를 불가피하게 사용했다면 이후 장내 다양성 회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고주파온열과 고압산소, T세포를 살리는 두 가지 방법
T세포의 수를 늘리고 활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는 걸, 치료 중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온도와 산소가 면역 세포의 전투력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처음에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주파 온열 치료(Hyperthermia)란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이용해 암 조직의 온도를 집중적으로 높이는 치료법입니다.
T세포와 암세포를 35도 환경에 넣었을 때 T세포가 12시간 동안 암세포의 14%를 제거했다면, 온도를 39도로 4도 높였을 때는 44%를 제거했습니다.
활동력이 세 배 넘게 뛰어오른 것입니다.
고주파 온열 치료 후 1시간 뒤 T세포 수가 두 배 반, 하루 뒤에도 두 배 수준을 유지한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고압 산소 치료(Hyperbaric Oxygen Therapy)는 또 다른 이유로 중요합니다.
암 조직 내부는 산소 농도가 정상 조직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예를 들어 정상 유방 조직의 산소 농도가 50이라면 유방암 조직은 10에 불과합니다.
췌장암의 경우 다른 암보다도 산소 농도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 면역 세포가 아예 침투를 못 합니다.
고압 산소 치료란 기압을 높인 환경에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게 하여, 혈액을 통해 조직 깊숙이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면역 항암제 단독 치료 시 생존율이 30%였는데 고압 산소를 병행했을 때 70%로 올라간 연구 결과는 단순히 흥미로운 수치가 아니라, 치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아래는 면역 회복을 위해 병행을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이모신 알파원(Thymosin Alpha-1) 주사: 퇴화한 흉선 기능을 보완하고 T세포 생성을 촉진합니다.
흑색종 환자 대상 연구에서 면역 항암제 단독 대비 평균 생존 기간이 5배 연장된 결과가 있습니다.
-고주파 온열 치료: 체온을 39도 이상으로 올려 T세포와 NK세포의 활성 및 개수를 동시에 높입니다.
-고압 산소 치료: 암 조직 내 저산소 환경을 개선해 면역 세포가 암 조직에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50종 이상 야채 주스 및 300종 복합 유산균: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여 장 면역을 회복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본 건 식단과 유산균 정도였지만, 나머지 치료법들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왜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면역 항암제를 받는 분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것
면역 항암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란 암세포가 T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브레이크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T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약물입니다.
이 치료가 효과를 내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T세포가 충분히 많고, 강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T세포가 활동하려면 산소가 필요합니다.
암 조직 내부는 산소 농도가 낮습니다. 즉 면역 항암제를 맞아도, T세포가 암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막혀 있는 상태가 많습니다.
여기에 장내 다양성까지 낮다면 T세포 훈련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면역 항암제만 단독으로 쓰면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면역 항암 치료의 반응률은 암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환자의 면역 상태가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이모신 알파원을 폐암 환자에게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4배 올라간다는 연구, 고압 산소 병행으로 생존율이 두 배 이상 오른다는 연구들이 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를 받고 있다면, 장내 다양성 관리와 산소 환경 개선이 치료의 연장선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는 병원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 치료 후 면역력이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개인차가 크지만, 치료 종류와 강도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제 경우 치료 종료 후 3년이 지나서야 감기 한 번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식단과 생활 습관을 이어간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번에 올라가는 면역은 없습니다.
Q. 장내 세균 다양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핵심은 '종류'입니다.
채소나 과일 한두 가지를 많이 먹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50종 이상으로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300종 이상 균주가 포함된 복합 유산균 제품도 도움이 됩니다.
항생제 복용 이후에는 특히 이 부분에 더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합니다.
Q. 면역 항암제 치료 중에 항생제를 먹어도 되나요?
A. 항생제는 장내 세균을 광범위하게 사멸시키기 때문에 면역 항암제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 위암 환자에게 면역 항암제 치료 전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생존율이 55%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항생제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Q. 고압 산소 치료는 암 환자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가요?
A. 모든 암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암의 종류와 단계, 현재 치료 상황에 따라 적합 여부가 다릅니다.
특히 췌장암처럼 암 조직을 둘러싼 종양 미세 환경이 두꺼운 경우 고압 산소 치료의 의미가 크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Q. 사이모신 알파원 주사는 어디서 맞을 수 있나요?
A. 사이모신 알파원은 국내 일부 통합 암 치료 클리닉이나 면역 관련 전문 기관에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표준 치료 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담당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면역 회복도 끝나는 건 아닙니다.
저는 3년을 버티면서 그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장내 세균 다양성, 흉선 기능, 산소 환경, 체온 유지, 이 네 가지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고 나서는 매일의 식단과 생활이 달라 보였습니다.
지금 암 치료 후 잦은 감염으로 지쳐 있다면, 면역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담당 의사와 함께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유튜브 암에미친메디람,출처: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출처: 국립암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