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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암환자에게 좋다고 굳게 믿어온 분이라면 이 글이 좀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인터넷에 나도는 '항암 음식 리스트'들이 너무 중구난방이라 뭘 믿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습니다.

과학적 근거와 실제 용량 기준이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타임지 선정 10대 푸드, 암세포 억제 18가지 음식, 항암 슈퍼푸드 목록...

검색하면 쏟아지는 이 리스트들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더 헷갈렸습니다.

근거도 불분명하고, 용량은 없고, 조리법도 없으니 환자 입장에서는 따라 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후성유전학이란 DNA 서열 자체가 바뀌지 않아도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암 발생의 원인 중 유전적 요인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식사, 수면, 운동, 스트레스 같은 생활 습관이 이 스위치를 켜고끄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큰 흐름입니다.

2022년 암 연구 분야에서 7만 4천 건 이상 인용된 논문의 공저자가 발표한 후속 연구도 이 방향을 강하게 지지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장 속에 사는 수천 종의 미생물 군집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면역의 70%가 여기서 출발합니다.

정상적으로는 장내에 약 4천 종의 균이 있어야 하지만, 제가 접한 임상 데이터에서 암환자는 600종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종다양성이 낮을수록 면역항암제 반응률도 함께 떨어진다는 논문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항암 식단의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었습니다.

1.면역력을 높이는가
2.후성유전 스위치를 조절하는가
3.암 줄기세포를 정상 세포 방향으로 유도하는가
4.마이크로바이옴(장내 세균 다양성)을 개선하는가
5.항노화 효과가 있는가

이 다섯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항암 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있는 식품만 추렸을 때, 공통적으로 올라오는 것들이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과일부터기름까지, 직접 확인한 핵심 차이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과일입니다.

암환자에게 과일은 무조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니 프룩토스(Fructose),

즉 과당이 암세포의 전이와 증식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최근 수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 여러 암종에서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습니다.

망고 한 개의 과당 함량이 약 32g인 반면, 라임은 0g, 레몬은 0.6g 수준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서 저는 가족의 과일 선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과일을 먹어야 한다면 과당이 적은 라임, 레몬, 크랜베리, 딸기, 블루베리 쪽으로 선택하고,

먹은 뒤에는 녹차나 생강차처럼 과당 흡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를 마시거나 식후 30분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천연 과일 주스와 액상과당은 이 맥락에서 보면 최악의 조합입니다.


기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암세포 환경에서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세포막의 유연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포막이 딱딱해지면 산소와 영양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워집니다.

오메가3 중에서도 알파-리놀렌산(ALA)이 풍부한 냉압착 들기름과 냉압착 아마씨유가 특히 권장되는 이유는, 생선 기름에 든 DHA·EPA와 달리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기름은 요리 마지막에 드레싱처럼 뿌리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열을 가하면 구조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버섯류에 든 베타글루칸(Beta-glucan)도 주목할 만합니다.

베타글루칸이란 면역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다당류 성분으로, 현재 메시마 같은 약품의 핵심 성분으로도 쓰입니다.

꽃송이버섯과 차가버섯의 함량이 가장 높지만, 일반 식용 버섯도 충분한 양을 꾸준히 먹으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장내미생물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어느 수준까지만 끌어올리지만, 발효 음식은 꾸준히 섭취할수록 다양성이 계속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청국장이 낫토보다 항암 효과에서 더 우위에 있다는 비교 논문도 있었는데, 위암 세포 억제율이 청국장 77% 대 낫토 11%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낫토가 건강식품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수치를 보고 나서 청국장의 가치를 다시 봤습니다.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항암 식단 구성법원칙은 알겠는데 막상 매끼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이게 현실의 문제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좋다는 식재료를 다 사 모아놓고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채소입니다.

모든 사망률을 줄이는 데 하루 야채 800g이 기준으로 제시되는데, 이 양을 매끼 반찬으로만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때 야채 수프 방식이 가장 단순하고 부담이 적었습니다.

물에 여러 채소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고, 갈아서 먹으면 식감 문제도 해결됩니다.

녹즙은 효소가 살아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몸이 차거나 소화력이 약한 분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 야채 수프가 훨씬 안전한 시작점이었습니다.

 

녹즙을 선택한다면 처음부터 진하게 마시는 건 피해야 합니다.

간과 신장에 부담이 되어 간수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작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날은 녹즙 200ml에 물을 섞어 1L로 희석해 마신다
-한 번에 마시지 않고 하루 세 번으로 나눠 마신다
-일주일 단위로 농도와 양을 서서히 늘린다
-몸이 차거나 소화가 불량하다면 야채 수프로 대체한다

 

밥은 백미보다 발아 현미 권장됩니다

일반 현미는 겉껍질이 두꺼워 소화가 어렵지만, 발아 과정을 거친 바라 현미는 영양 흡수율이 훨씬 높습니다.

여기에 서리태, 율무, 검은깨 등을 함께 넣으면 단백질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콩 단백질도 중요합니다.

암환자는 단백질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최근 논문들은 콩 전체 식품은 유방암 환자에게도 안전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기울고 있습니다.

다만 콩에서 추출한 이소플라본 보충제는 별개 문제입니다.

두유를 고를 때는 당류가 제로이고 콩 함량이 99%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게 핵심입니다.


생선은 작고 자연산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양식 연어는 발색제 문제와 중금속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는 식품입니다.

멸치, 갈치, 대구, 도다리처럼 크기가 작은 생선이 중금속 축적이 적고 흰살 생선은 오메가3 함량도 생각보다 낮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어류별 중금속 함량을 기준으로 권장 섭취 어류 목록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할 만합니다.

견과류는 하루 58g 정도가 블루존 기준입니다.

그 중 호두가 오메가3 대 오메가6 비율이 가장 좋은 견과류로 꼽힙니다. 단, 땅콩은 대량 복용 시 전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빼는 것이 낫고, 옥수수는 오메가6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하는 질문-

Q. 암환자가 과일을 아예 먹으면 안 되나요?

    A. 아예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종류와 양 선택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과일은 항암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들은 과당이 높은 망고, 포도, 바나나 같은 과일이 암          세포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라임, 레몬, 크랜베리, 딸기처럼 과당이 낮은 것 위주로 선택하고,

       먹은 후 녹차나 가벼운 걷기를 병행하면 흡수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Q. 청국장과 낫토 중 어느 쪽이 암환자에게 더 좋은가요?

     A. 낫토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항암 효과 측면에서는 청국장이 우위입니다.

        낫토는 바실러스균 한 종으로 발효하지만 청국장은 20~30종의 균이 관여합니다.

        위암 세포 억제율 비교에서 청국장이 77%, 낫토가 11%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단, 열을 완전히 끓여서 먹어도 항암 성분은 유지되므로 조리 방법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Q. 암환자에게 견과류는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하루 28g만 먹어도 암 사망률이 약 20%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고, 블루존 장수 지역 기준은 하루 58g입니다.

        호두가 오메가3·오메가6 비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다만 땅콩 버터나 대량의 땅콩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콩이 유방암 환자에게 안 좋다는 말이 맞나요?

    A. 이 부분은 오해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소플라본이 여성호르몬과 유사해 유방암에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근 연구들은 콩 추출 이소플라본 보충제와 콩 식품 자체를 구분해야 한다고 결론 냅니다.

      두부, 두유, 청국장처럼 콩 전체를 식품으로 먹는 것은 유방암 환자에게도 안전하다는 쪽으로 현재 학계 의견이

     기울고 있습니다.

 

항암 식단은 완벽한 리스트를 외우는 게 아니라, 기준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꿔가는 과정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것저것 사다가 결국 냉장고만 가득 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채소를 더 먹고, 과당을 줄이고, 발효 음식을 조금씩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중이시라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암에 미친 메디람'
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