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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까지 단백질이면 다 같은 단백질인 줄 알았습니다.
고기든 우유든 많이 먹으면 회복에 좋다고 막연히 믿었죠.
설암 3기 환자로서 직접 항암과 방사선, 수술을 겪으며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암 환자에게 단백질 선택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입니다.
항암 중 우유와 가공육이 문제가 되는 이유
항암 치료를 받으면 주변에서 하나같이 말합니다. "뭐라도 먹어야 한다, 고기도 먹고 우유도 마셔라."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나니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유에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즉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1)이 문제가 됩니다.
IGF-1이란 세포의 분열과 성장을 강하게 자극하는 호르몬으로, 정상적으로라면 사멸해야 할 변형 세포까지 살아남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하루 두 잔 이상 우유를 꾸준히 마실 경우 체내 IGF-1 농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암세포 입장에서 이 환경은 사실상 성장을 위한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과 같습니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처럼 호르몬 반응성 암을 앓고 계신 분들이라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우유에는 에스트로겐 계열 여성호르몬이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항호르몬제(Antiestrogen)를 복용하며 에스트로겐 억제를 치료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매일 우유를 마신다는 것은 치료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습니다.
가공육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Group 1 Carcinogen)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군 발암물질이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과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을 의미합니다.
소·돼지·양 등의 적색육은 2A군, 즉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물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출처: 국제암연구소]

저는 설암 특성상 음식이 암 부위에 직접 닿는 구조라, 음식 선택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양이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뭘 먹고 나면 그 자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식단에 대한 감각이 남달리 예리해졌고, 동시에 "아무거나 잘 먹으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조언인지 실감하게 됐습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대체 단백질 식품 고르는 법
단백질은 반드시 고기나 유제품으로만 섭취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입니다.
수치로 비교해보면 오히려 식물성 식품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100g당 단백질이 약 20g 수준인데, 말린 김은 100g당 단백질 함량이 40%에 달해 고기의 두 배입니다.
검은콩과 대두는 약 35%, 녹두·팥·퀴노아도 약 20% 수준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항암 기간 동안 단백질 섭취에서 가장 크게 의존했던 식품은 두유와 두부였습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뭔가를 씹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두유는 그나마 넘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였습니다.
단, 두유를 고를 때는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했습니다.
-당분 무첨가 제품일 것: 암세포는 포도당(Glucose)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워버그 효과(Warburg Effect)를 보입니다.
워버그 효과란 암세포가 산소가 있어도 포도당을 빠르게 소모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현상인데,
정제 당분이 많은 두유는 암세포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원료가 100% 국산 콩일 것: 수입 GMO 대두의 경우 농약 처리 이력과 유전자 변형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유화제, 증점제 등 식품 첨가물이 없는 것: 성분표 뒷면을 보고 콩과 물 외에 무언가가 많이 들어 있으면 그냥 내려놓는 것이 낫습니다.
계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항생제 계란을 골랐습니다.
뭔가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었죠.
그런데 삶아서 먹으면 비린내가 너무 역해서 속을 완전히 뒤집어놨습니다.
항암 중에 구역감이 있는 상태에서 그 냄새는 정말 감당이 안 됐습니다.
난각번호 1번 자연방사 계란으로 바꾸고 나서는 고소하고 냄새가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계란이라도 사육 환경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할 때는 수은과 중금속 축적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흰살생선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견과류 중 호두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고 개당 약 1g의 단백질을 함유해 간식으로 유용합니다.
반면 땅콩은 암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식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용 곤충 단백질도 검증된 선택지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임상 연구(2016)에 따르면, 수술 후 식용 곤충 단백질을 섭취한 그룹이 기존 육류 섭취 그룹에 비해 단백질 수치, 근육량, 면역 지표 모두에서 더 빠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간과 신장에 주는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항암 환자에게 의미 있는 장점입니다.
케어푸드(메디푸드)를 무조건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식사가 거의 불가능한 시기에는 병원에서 케어푸드, 즉 메디푸드(Medical Food)를 처방받거나 권유받게 됩니다.
메디푸드란 질병 상태에 있는 환자의 특수 영양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의료 목적 식품을 말합니다.
단기적으로 영양 결핍을 막는 용도로는 분명히 쓸모가 있습니다.
저도 수술 직후 며칠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성분표를 뒤집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백질 원료로 쓰이는 카제인나트륨(Sodium Caseinate)은 우유에서 추출한 성분입니다.
카제인나트륨이란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나트륨염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IGF-1 자극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여기에 GMO 대두, 오메가-6 비율이 높은 옥수수유, 정제 설탕, 각종 합성 첨가물이 조합되어 있습니다.
오메가-6 지방산(Omega-6 Fatty Acid)의 과잉 섭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오메가-6란 세포막 구성과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필수 지방산인데, 오메가-3와의 균형이 깨지고 오메가-6가 과잉 상태가 되면 만성 염증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항암 치료로 몸이 한계에 가 있는 상태에서 장기간 이런 성분을 반복 섭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케어푸드는 수술 직후나 완전히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 한 달 이내, 단기 활용에 한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적정 단백질 섭취량 계산과 분할 섭취의 원칙
항암 중 단백질에 대해 가장 흔히 하는 오해는 "많이 먹을수록 빨리 회복된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인체가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초과분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질소 노폐물이 발생합니다.
이를 처리하는 기관이 간과 신장인데, 항암 치료로 이미 과부하 상태인 두 장기에 과잉 단백질까지 처리하도록
강요하면 장기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흡수되지 못한 단백질이 장내에서 부패하면 유해균이 늘고 독소가 쌓입니다. [출처: 국립암센터]
암 환자의 하루 적정 단백질 섭취 기준은 현재 체중(kg) × 1g입니다.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60g, 50kg이라면 50g이 기준입니다.
특별한 영양 결핍 상태가 아니라면 이 수치를 크게 초과할 이유가 없습니다.
과잉 아미노산이 암세포의 증식에 활용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분할 섭취 방식도 중요합니다.
하루 60g 목표라면 아침·점심·저녁에 각 15~20g씩 나눠서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구체적인 조합을 예로 들면,
아침에 무첨가 두유 한 잔과 호두,
점심에 두부 반 모와 김,
저녁에 소형 흰살생선 한 토막과 콩밥을 조합하면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하루 목표량인 60g을 무리 없이 채울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조합이 속이 가장 편하면서도 실제로 유지하기 쉬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중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도 되나요?
A. 시중의 단백질 보충제는 대부분 유청 단백질(Whey Protein), 즉 우유에서 성분을 기반으로 합니다.
IGF-1 자극 문제와 원료 품질 면에서 암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식용 곤충 단백질이나 국산 대두 기반의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입니다.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한 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Q. 두유와 우유, 항암 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
A. 제 경험상 항암 기간 중에는 국산 콩 100% 무첨가 두유가 훨씬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우유는 IGF-1 상승 및 에스트로겐 함유 문제가 있는 반면,
콩 두유는 식물성 단백질과 이소플라본(Isoflavone)을 함유하고 있어
호르몬 비반응성 암 환자에게는 부담이 적습니다.
단, 호르몬 반응성 암(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경우 이소플라본 섭취에 대해서도 담당의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계란은 항암 중 매일 먹어도 되나요?
A. 계란은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사육 환경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큽니다.
난각번호 1번(자연방사) 또는 2번(평사) 제품을 선택해 호르몬 및 항생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1~2개 수준이면 적당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동물성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케어푸드(메디푸드)는 항암 중 계속 먹어도 되나요?
A. 케어푸드는 식사가 완전히 불가능한 급성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임시방편입니다.
카제인나트륨, GMO 대두, 옥수수유, 정제 설탕, 식품 첨가물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어
장기 복용 시 체내 염증 반응이 촉진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수술 직후 최대 한 달 이내로 제한하고,
이후에는 자연 식품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암 환자에게 땅콩이 안 좋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땅콩에 함유된 특정 렉틴(Lectin) 성분과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이 암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확정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항암 기간 중에는 굳이 위험 요소를 감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견과류라면 호두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선택입니다.
설암 3기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단백질이면 다 좋다는 생각, 고기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
한 끼를 먹더라도 내 몸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원칙이 생겼습니다.
지금 항암 치료 중이신 분들께 이 글이 식단을 다시 점검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식단 변경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설암 3기 환자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중 식이 변화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암에 미친 메디람' - <암 환자 단백질 가이드 (추천, 비추천)> 영상 내용 참고
국제암연구소(IARC) 발암물질 분류 데이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상 연구 발표 자료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