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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암 진단 후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내가 견딜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수술 이후 물 한 모금조차 삼키지 못하던 상태에서 시작된 방사선 치료는 제 한계를 시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경부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현실, 그리고 놓치기 쉬운 부작용 완화 방법까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구강 기능 상실의 현실
수술이 끝나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
"왜 하필 혀일까." 설암(舌癌) 진단을 받던 날, 한참을 그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설암은 두경부암(頭頸部癌)의 한 종류로, 코부터 목 사이 구조물에 발생하는 암을 통칭합니다.
두경부암이 까다로운 이유는 암 자체의 악성도뿐 아니라, 치료 부위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먹고 말하는 영역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렵게 수술을 마쳤지만, 진짜 고비는 그 이후였습니다.
혀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서 간단한 말 한마디도 전할 수 없었고, 음식을 씹는 것은 고사하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격통이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방사선 치료(放射線治療)가 시작됐습니다.
방사선 치료란 고에너지 방사선으로 암세포의 DNA 이중 나선 구조를 절단해 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입니다.
정상 세포도 손상되지만, 정상 세포는 암세포보다 DNA 회복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이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원리입니다.
문제는 두경부 영역의 방사선 치료가 침샘과 구강 점막을 불가피하게 포함한다는 사실입니다.
타액선(唾液腺), 즉 침샘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타액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강건조증(口腔乾燥症)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입 안이 사막처럼 말라버리는 것입니다.
이미 수술로 혀 조직이 손상된 상태에서 침마저 사라지니, 구강 점막이 얼마나 빠르게 타들어 가는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목적과 부위에 따라 횟수가 달라지지만, 두경부암의 경우 통상 5주 내외, 주 5회 치료가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횟수가 많으면 치료가 더 세게 들어간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분할 방사선 치료(Fractionated Radiotherapy)는 한 번에 강한 선량을 쏘는 대신 잘게 나눠 조사함으로써 정상 세포가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방식입니다.
치료 강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환자가 더 잘 버티도록 고안된 방법인 셈입니다.

불덩이를 삼키는 통증, 그리고 방치되는 현실 — 통증 관리의 빈틈
방사선 치료가 진행되면서 구내염(口內炎)이 찾아왔습니다.
구내염이라고 하면 흔히 입술 안쪽에 작게 나는 염증을 떠올리겠지만,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점막염(粘膜炎)은 차원이 다릅니다.
점막염이란 방사선이나 항암제로 인해 구강과 소화관 내벽 전체가 헐고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매 순간이 불덩이를 삼키는 사투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과장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현장에서 제공되는 통증 완화 수단은 생각보다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취 성분이 포함된 구강 가글액이나 경구 진통제가 주를 이루는데, 이것이 극심한 점막염 통증을 근본적으로 줄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환자가 그 고통을 오롯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몫으로 남겨진다는 느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주요 부작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강 점막염 — 구강과 인후 전체가 헐어 식사와 발화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상태
-구강건조증 — 타액선 손상으로 침 분비가 줄어 구강 내 세균 증식과 충치 위험이 높아짐
-미각 상실(味覺喪失) — 미뢰(味蕾) 손상으로 음식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는 증상
-개구 장애(開口障礙) — 턱관절 주변 조직이 섬유화되어 입을 충분히 벌리지 못하게 되는 상태
-방사선 골괴사(放射線骨壞死) — 장기적으로 턱뼈가 혈행 장애로 괴사하는 심각한 합병증
이 중 방사선 골괴사는 치료 수년 뒤에도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이후 정기적인 구강 관리와 장기 추적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통증이 잘 조절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하늘과 땅만큼 갈라놓습니다.
통증이 잘 잡히는 분들은 환자 티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얼마나 절실하게 와닿는지는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 압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두경부암 환자의 통증 관리를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사선 치료 후, 고압산소치료를 왜 미리 알았어야 했는가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나서 한동안 저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구강 기능 회복이 더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즈음에야 고압산소치료(高壓酸素治療, Hyperbaric Oxygen Therapy)라는 선택지를 알게 됐습니다.
고압산소치료란 대기압보다 높은 2기압 이상의 환경에서 100% 순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입니다.
고압 환경에서는 산소가 혈액뿐 아니라 혈장과 조직액에도 직접 용해되기 때문에, 방사선으로 손상된 조직에 산소 공급이 크게 늘어납니다.
방사선 치료로 혈행이 떨어진 구강 조직의 회복을 돕고, 방사선 골괴사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 종료 후 고압산소치료를 적용할 때 권장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주 5회씩 총 14회, 연속으로 3주 동안 진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한 회당 치료 시간은 2시간(120분)이 기준입니다.
드문드문 몇 번 받는 것으로는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방사선 골괴사로 턱뼈에 구멍이 나 농이 수년째 배어나오던 분이 고압산소치료를 네 번 받고 효과가 없다며 포기했다가, 이후 10회 이상 연속으로 받은 뒤에야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횟수와 연속성이 그만큼 결정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턱뼈 괴사처럼 부작용이 심각해진 뒤에야 고압산소치료를 권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부작용이 심해지기 전,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 시점에 바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접근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는 특정 적응증에 한해 급여가 인정되므로, 치료 전 본인의 조건이 급여 대상인지 반드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방사선 치료와 달리 고압산소치료는 환자 스스로 정보를 찾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형식적인 동의서 서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보완 치료 선택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정보를 접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진작 알았더라면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후 언제부터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A. 방사선 치료가 완전히 종료된 직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작용이 심각해지기 전에 조직 회복을 돕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의 전신 상태와 치료 환경에 따라 시작 시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주치의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주변 사람에게 방사선이 전달되나요?
A. 외부 방사선 치료는 치료실 안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에만 방사선이 나오며, 치료 후 체내에 방사선이 남지 않습니다. 치료 후 손자녀를 안아주거나 타인과 접촉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하는 갑상선암 치료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치료는 원리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Q. 방사선 치료 횟수가 많을수록 부작용도 더 심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분할 방사선 치료는 오히려 정상 세포가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해 횟수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고선량을 쏘는 것보다 여러 번 나눠 치료하는 것이 정상 조직 보호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횟수 자체를 치료 강도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Q.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후 미각은 회복되나요?
A. 방사선으로 인한 미각 상실은 치료 종료 후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타액선 손상이 심하거나 방사선 조사량이 많았던 경우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구강 재활 운동과 적절한 보습 관리가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치료 후 재활 과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방사선 치료로 이차암이 생길 수 있나요?
A. 이차암 발생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방사선을 받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발생률이 극적으로 높지는 않습니다. 또한 발생하더라도 빠르면 10년, 길게는 20~30년 후의 일입니다. 최근 방사선 치료 기술의 정밀도가 높아져 정상 조직 조사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1차 암 치료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하에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설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는 분명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망설이는 것보다, 어떤 부작용이 오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난 뒤 고압산소치료 같은 보완적 선택지를 치료 계획 안에 넣어두는 것, 그리고 통증과 구강 기능 재활을 치료 못지않게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회복의 질을 결정합니다.
이 글이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방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방법과 보완 치료의 선택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국가암정보센터 (https://www.cancer.go.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 (https://www.hi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