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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가 일반인보다 방광암 발생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내내 저는 입원 직전에도 미용실로 향했고, 염색까지 마치고 당당하게 병실에 들어선 사람이니까요. 그 선택이 정말 괜찮은 것이었는지, 지금부터 데이터를 중심으로 따져보겠습니다.

* 발암물질 등급으로 본 염색약의 실체*

염색약 논쟁의 뿌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헤어드레서를 대상으로 한 42개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에서, 미용사 직군의 방광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 대비 1.4배 높았고 10년 이상 근무한 경우엔 1.7배까지 치솟았다는 수치가 등장했습니다.

이 연구 이후 염색약과 암의 관계는 본격적인 학술 논쟁의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국제적인 기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 세계 발암물질에 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입니다.

여기서 IARC란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약자로, 쉽게 말해 "어떤 물질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전 세계 연구를 토대로 판정하는 국제 심판 기구라고 보면 됩니다

 

IARC의 등급 체계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뉩니다.

1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확인된 물질,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probable carcinogen),

2B군은 발암 가능 물질(possible carcinogen),

3군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물질입니다.

여기서 발암 추정과 발암 가능의 차이가 중요한데, 추정(2A)은 동물 실험과 일부 인체 역학 자료가 뒷받침될 때 붙는 등급이고, 가능(2B)은 근거가 좀 더 제한적일 때 붙는 등급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용사·이발사 직업군에는 2A, 즉 발암 추정 등급이 붙어 있습니다.

반면 개인이 집에서 가끔 사용하는 헤어 컬러링은 3군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노출 빈도와 기간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는 점, 저는 이 차이가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1군: 담배, 알코올 등 — 사람에게 확인된 발암물질

-2A군: 미용사·이발사 직업 — 발암 추정 (방광암 위험 1.7배)

-2B군: 발암 가능성 있으나 근거 제한적

-3군: 개인 헤어 컬러링 — 결론 내리기 어려움, 현재로서는 가장 낮은 위험 범주

 

요약:

염색약은 미용사처럼 장기 반복 노출 시 2A 발암 추정 등급이지만, 개인 사용은 3군으로 현재까지 발암 관계가 일관되게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아로마틱 아민이 문제인 이유 — 영구 염색이 더 위험한 까닭*

염색 방식은 크게 영구 염색, 반영구 염색, 일시 염색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는 건 영구 염색입니다.

왜 그럴까요. 영구 염색의 원리는 탈색 후 아로마틱 아민(aromatic amine) 계열 색소 성분이 산화제와 반응하면서 모발 내부 깊숙이 스며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아로마틱 아민이란 벤젠 고리 구조에 질소기가 결합된 화합물로, 이 산화 반응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가 발생하는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활성산소란 세포 내 DNA를 직접 손상시킬 수 있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로, 암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반면 반영구 염색과 일시 염색은 이런 산화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모발 표면에 색을 코팅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규모 간호사 코호트 연구인 '시스터 스터디(Sister Study)'에서도 반영구·일시 염색은 유방암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던 반면, 영구 염색약 사용자는 흑인 여성의 경우 유방암 위험이 45%, 백인 여성도 7%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항암 치료 중에 한 염색도 영구 염색이었습니다.

당시엔 "영구냐 반영구냐"를 따질 여유 없이 그냥 평소 하던 방식으로 했거든요.

지금 다시 돌아보면 반영구 염색을 선택했더라면 더 나은 선택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약제', 즉 모발을 곧게 펴는 데 쓰는 화학제도 비슷한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시스터 스터디 결과에서는 이 약제를 1년에 4회 이상 사용한 경우 자궁내막암 위험이 155%까지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치가 상당히 높게 보이지만, 이 연구가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요약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영구 염색이 반영구·일시 염색보다 위험도가 높으며, 모발 스트레이트 약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항암 중 염색 — 제가 입원 직전 미용실로 간 이유*

주변에서는 "암 환자가 무슨 염색이냐"라고 말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항암을 마치고 수술 입원을 앞둔 날, 미용실로 향했습니다.

제 경우엔 그게 단순한 미용 욕심이 아니었습니다. '

환자'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병마에 삶의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간절한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항암 치료 중 염색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합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점막과 두피 피부가 민감해지고, 면역력도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화학 성분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두피에 상처나 염증이 있다면 더더욱 피해야 합니다.

치료 중 두피를 통한 화학 성분 흡수가 평소보다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암이 끝난 후 먹는 유지 요법만 이어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아래 수칙들을 지키면서 염색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제가 직접 이 규칙들을 적용해 보면서 느낀 건, "두피에 안 닿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숙련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도 뿌리 1~3mm 부근은 사실상 닿을 수밖에 없거든요.

 

-적극적 항암 치료 중에는 가급적 염색 자제

-두피 상처·염증이 있을 때는 절대 금지

-염색 후 두피 가려움·발적·두드러기가 생기면 즉시 중단

-치료 후 경과 관찰 단계라면 빈도를 줄이고 영구 염색보다 반영구 선택

-염색 시 장갑 착용, 환기 철저, 세척 꼼꼼히

 

건강을 지키는 힘은 결국 단단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남들 눈에 무모해 보였던 그 작은 고집이 투병을 버티게 해 준 에너지였다는 것도요.

다만 지금의 저라면 항암 치료가 한창인 시기에는 반영구 염색으로 타협했을 것 같습니다.

 

요약:

항암 치료 중에는 피부·면역 저하로 염색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치료 후 경과 관찰 단계라면 수칙을 지키며 최소한의 염색은 가능합니다.

 

*염색 샴푸는 안전한가 — THB 논란과 현재 상황*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2020년, 미용실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등장한 게 염색 샴푸입니다.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이 제품의 원리는 꽤 창의적입니다.

바나나가 공기에 닿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에서 착안한 것인데, 폴리페놀(polyphenol)이 공기 중 산소와 산화 반응을 일으켜 색이 변하는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trihydroxybenzene)을 결합시켜 모발 큐티클 안쪽으로 침투시킨 뒤 색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큐티클이란 모발을 감싸고 있는 얇고 단단한 보호층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THB에서 불거졌습니다.

유럽에서 THB가 세포 실험에서 유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화장품 사용 금지 성분으로 지정됐고, 우리나라 식약처도 2022년 말 금지 원료 행정 예고를 냈습니다.

이후 2년여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0월 1일부터 THB 함유 제품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다만 THB를 둘러싼 논란이 "염색 샴푸 전체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

장 처음 논란의 중심에 섰던 모다모다는 이후 THB 성분을 완전히 빼고 2·3세대 제품을 개발해 유럽 화장품 등록 기관(CPNP)에 등록하고 독일 더마테스트 엑설런트 등급까지 획득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제품을 들여다봤는데,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염색 샴푸는 THB 없이 식물성 색소 추출물로 대체된 제품들입니다.

염색 샴푸를 고를 때 제가 실제로 쓴 기준은 간단합니다.

1제와 2제가 따로 존재하면 그건 염색 샴푸가 아니라 염색약입니다.

진짜 염색 샴푸는 단일 액체로 구성되고, 지속 기간이 길어야 일주일 수준입니다.

3~4주 지속된다고 적혀 있으면 반드시 성분을 다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식약처 금지 성분 14가지 포함 여부를 성분표에서 직접 체크하는 것,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선택 기준입니다.

요약:

THB 성분 염색 샴푸는 2024년 10월부터 국내 판매 금지됐으며, 현재는 THB를 제거한 식물성 대체 제품이 유통 중이나 장기 안전성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 환자도 염색해도 되나요?

A.적극적 항암 치료 중에는 두피 피부가 민감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치료가 끝나고 경과 관찰 단계에 접어든 경우라면, 두피에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고 반영구 염색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횟수를 최소화하면서 하는 건 현실적으로 고려 가능한 선택입니다.

 

Q. 영구 염색과 반영구 염색 중 뭐가 더 안전한가요?

A. 반영구 염색이 더 안전합니다.

영구 염색은 아로마틱 아민 계열 성분이 산화제와 반응하면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반면, 반영구 염색은 이런 화학 반응 없이 모발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이라 위험 요인이 훨씬 적습니다.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도 반영구·일시 염색은 암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Q. 염색 샴푸는 일반 염색약보다 안전한가요?

A. 산화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두피 자극 성분도 적다는 점에서 일반 영구 염색약보다는 자극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염색 샴푸 자체가 나온 지 불과 5~6년밖에 되지 않아 장기 안전성을 확인할 임상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매 시 식약처 금지 성분 14종 포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Q. 염색약이 방광암 위험을 높인다는데, 일반인도 걱정해야 하나요?

A. 방광암 위험 상승은 주로 10년 이상 매일 염색약에 노출되는 미용사 직군에서 관찰된 결과입니다.

염색약이 몸에 흡수되면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방광 점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전이지만, 일 년에 몇 차례 염색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관된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데이터를 끝까지 파고들어 보면, 염색약은 담배나 알코올처럼 소량도 위험한 1군 발암물질이 아닙니다.

IARC 기준으로 개인 사용은 3군, 즉 현재까지 발암성을 결론 내리기 어려운 범주입니다.

노출 빈도와 양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항암 치료 중에 염색을 했던 건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투병을 버티게 해 준 심리적 보호막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저라면 치료 중에는 반영구 염색으로 타협하고, 두피에 닿는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외모를 챙기고 싶은 마음과 몸을 지키는 것, 둘이 반드시 충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지를 조금 더 영리하게 고르면 됩니다.

 

출처: IARC 공식 사이트,암케어티비, 식품의약품안전처